책방에서 혼자 좋아하던 만화 — 이토 준지에 대한 개인적인 기억
중학교 때였다.
동네에 작은 책방이 하나 있었는데,
그때는 웹툰도 없고
그냥 책 빌려보는 게 당연했던 시절이었다.
그날도 별 생각 없이 책장을 넘기다가
표지가 묘하게 기분 나쁜 만화를 하나 집었고,
그게 시작이었다.
이토 준지 만화.
처음부터 이상하게 ‘취향’이었다
이걸 보고
무섭다고 느꼈냐 하면,
솔직히 그건 아니었다.
오히려
기묘하고
불쾌하고
이상하게 계속 생각나는 그 감각.
나는 그게 너무 좋았다.
보통 공포 만화는
놀라게 하는 데 집중하는데
이토 준지는
기분을 서서히 망가뜨리는 방식으로 들어온다.
그게 정확히 취향이었다.
문제는, 이걸 좋아한다고 말하기 애매했다
동생이랑 같이 읽긴 했다.
근데 둘 다 알았을 거다.
이걸 “재밌다”고 말하면
뭔가 이상한 사람 되는 분위기.
그 당시 한국에서는
이 만화가 명작이라기보다
그냥
“좀 이상한 만화”
이런 포지션이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혼자 보는 만화가 됐다.
굳이 꺼내지 않는 취향.
시간이 지나고, 분위기가 바뀌었다
어느 순간부터
이토 준지라는 이름이 계속 보이기 시작했다.
대표작인 토미에,
그리고 소용돌이 같은 작품들이
다시 언급되고, 재출판되고, 밈이 되고.
이제는
“그거 알지?”
라는 반응이 나오는 작품이 됐다.
예전에는 숨기는 취향이었는데
지금은 공감 가능한 취향이 된 느낌.
그때 깨달았다
내가 이상했던 게 아니라
그 감각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원래 있었던 거였다.
그게 그냥
뒤늦게 드러난 거였다.
그리고 확신이 들었던 순간
기안84를 보면서였다.
예능에서
기안84가
이토 준지를 만나러 가는 장면을 봤는데

그 반응이 너무 익숙했다.
설명하기 어려운 걸 좋아하는 사람의 감각.
이상한데 끌리는 취향.
그걸 보면서 딱 하나 생각했다.
“아, 나랑 비슷하다.”
취향은 변한 게 아니라, 드러난 거였다
예전에는
이걸 좋아한다고 말하면
조금은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었는데
지금은
하나의 장르처럼 인정받는다.
변한 건 작품이 아니라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더 좋다
이제는
이토 준지 얘기를 꺼내면
혼자 아는 게 아니라
같이 아는 사람이 있다.
그게 생각보다 크다.
처음 보는 사람을 위한 입문 추천 리스트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이 순서로 보는 걸 추천한다.
1. 토미에

가장 유명한 작품
“죽지 않는 존재”라는 설정 하나로 밀어붙이는 이야기
이토 준지 감성의 입문용으로 가장 무난
2. 소용돌이

마을 전체가 하나의 광기에 잠식되는 구조
점점 현실이 무너지는 과정이 핵심
가장 “이토 준지다운 작품”
3. 공포의 물고기

설정 자체가 굉장히 기괴한 작품
호불호는 있지만 기억에 강하게 남는다
4. 단편집 (예: ‘인간 의자’, ‘패션 모델’ 등)

짧지만 임팩트가 강한 이야기들
이토 준지의 아이디어 폭을 가장 잘 보여줌
마지막으로
책방에서 혼자 보던 만화가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취향이 됐다.
그래도
그때 그 감각은
아직 그대로 남아 있다.
조금 이상하지만
이상해서 더 좋은 그 느낌.
그게 아마
이토 준지를 계속 보게 만드는 이유일 거다.
공포 영화를 그때도 좋아했기에 당연히 정보를 알고는 관심이 생겼고
그 당시 구매한 책 중 일부는 지금도 보관하고 있습니다.
초창기보다 그림체가 더 미형으로 바뀐 것도 그의 만화가 대중화 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책을 소장하고 계시다니 부럽습니다 ㅎㅎ
저는 예전에 늘 빌려보는 입장이었고, 용돈도 넉넉하지 않아서 사고 싶어도 쉽지 않았거든요.
그래서인지 지금 와서라도 예전에 좋아했던 책들을 하나씩 수집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