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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l Experiences

여행 가서 숙소 방이 바뀐 줄 알았던 적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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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친구랑 둘이 해외여행 갔을 때 얘기임.

엄청 유명한 관광지는 아니고, 그냥 하루 묵고 다음 도시로 넘어가는 일정이었음.
숙소도 대단한 데 아니었고, 역 근처에 있는 오래된 호텔이었음.

프런트 직원이 영어를 잘 못해서 체크인할 때부터 좀 답답하긴 했는데, 그래도 방은 멀쩡했음.

방 번호가 406호였음.

이건 아직도 기억남.
왜냐면 친구가 “사공육호네” 이러면서 괜히 말장난했거든.

방 들어갔을 때 구조도 기억남.
문 열면 바로 오른쪽에 화장실.
왼쪽에 작은 옷장.
침대 두 개가 창문 쪽을 보고 있고, 창밖으로는 맞은편 건물 벽만 보였음.

좋은 방은 아니었는데 딱 하루 잘 거라 별생각 없었음.

짐 풀고 나서 친구가 몸이 좀 안 좋다고 했음.
비행기 타고 이동하고, 기차까지 오래 타서 그런가 보다 했지.

그래서 친구는 방에 남고, 나는 근처 편의점이랑 약국 같은 데를 보러 나갔음.
그때 시간이 저녁 8시 좀 넘었을 거임.

나가기 전에 분명히 친구가 침대에 누워 있었고, 캐리어 하나는 입구 쪽에 열려 있었음.
내가 “문 잠그고 있어”라고 했고, 친구가 대충 손만 흔들었음.

그리고 한 30분? 40분? 있다가 돌아왔는데.

엘리베이터 타고 4층에 내렸는데 복도가 이상했음.

아까보다 조명이 어두운 느낌이었고, 카펫 무늬도 좀 달라 보였음.
근데 여행 가면 그런 거 있잖아.
피곤하면 층 헷갈리고, 방향 감각 이상해지는 거.

그래서 그냥 406호 앞으로 갔음.

근데 카드키가 안 먹힘.

한 번 찍었는데 빨간불.
다시 찍어도 빨간불.

처음엔 카드키 오류인 줄 알고 프런트 내려갔음.

직원이 카드키를 받아서 확인하더니 406호가 아니래.
내 방은 409호라고 함.

나는 당연히 아니라고 했음.

406호라고.
친구도 안에 있고, 짐도 있다고.

근데 직원이 계속 409호라고 함.
컴퓨터 화면 돌려서 보여주는데, 내 이름 옆에 진짜 409호가 떠 있었음.

그때부터 좀 짜증남.

내가 영어도 잘 안 나오고, 직원도 말이 잘 안 통해서 그냥 409호 키를 다시 받아 올라갔음.

409호 문을 열었는데 친구가 거기 있었음.

침대에 누워서 폰 보고 있더라.

짐도 거기 있었음.
내 캐리어도, 친구 캐리어도.
입구 오른쪽에 화장실, 왼쪽에 옷장.
침대 두 개.
창밖에는 맞은편 건물 벽.

방 구조가 거의 똑같긴 했는데, 뭔가 달랐음.

내가 친구한테 물어봤음.

“우리 406 아니었냐?”

친구가 바로 그랬음.

“아니? 409였잖아.”

여기서 말이 막힘.

나는 친구가 장난치는 줄 알았음.
근데 얘 표정이 진짜 모르는 표정이었음.

그래서 내가 “네가 사공육호네 이랬잖아” 했더니, 친구가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함.

그날 밤에 진짜 별일은 없었음.

누가 문 두드린 것도 아니고, 이상한 소리가 난 것도 아님.
친구는 약 먹고 잤고, 나는 계속 예약 메일이랑 카드키 봉투를 확인했음.

근데 이상하게 카드키 봉투에도 409라고 적혀 있었음.

그럼 내가 처음부터 잘못 본 거 아니냐고 할 수 있잖아.

나도 그렇게 생각했음.

근데 하나가 걸렸음.

406호 앞에 갔을 때 카드키가 안 먹혀서 프런트 내려갔잖아.
그때 406호 문 아래쪽에 검은 캐리어 바퀴 자국 같은 게 있었음.

우리 친구 캐리어 바퀴가 하나 고장 나서 끌면 바닥에 검은 선이 살짝 남았거든.

그게 406호 문 앞에 있었음.

다음 날 아침에 체크아웃하면서 일부러 4층 복도 한 번 더 봤음.

406호 문 앞에는 아무 자국도 없었음.

청소했을 수도 있음.
내가 잘못 봤을 수도 있음.
방 구조가 비슷해서 머릿속에서 섞였을 수도 있고.

근데 그 뒤로 여행 가면 방 번호 무조건 사진 찍음.

카드키 봉투도 찍고, 문 번호도 찍고, 방 들어가자마자 침대랑 캐리어 위치도 찍음.

친구는 아직도 내가 그때 피곤해서 헛갈린 거라고 함.

그럴 수도 있음.

근데 나는 아직도 가끔 생각함.

내가 처음 들어갔던 방이 406호였으면,
그 방에 누워 있던 친구는 뭐였을까.

그리고 409호 침대에 누워 있던 친구는
언제부터 거기 있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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