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층에서 아무도 안 탔는데
초등학생 때였나.
한동안 우리 동네 애들 사이에서 이상한 괴담이 돌았었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정해진 순서대로 누르면 다른 세계로 간다는 이야기였다.
지금 생각하면 인터넷에서 퍼진 괴담 같은데, 그때는 그런 걸 어디서 처음 들었는지도 몰랐다. 그냥 학원 끝나고 애들끼리 모이면 자연스럽게 그 얘기를 했다.
방법은 애들마다 조금씩 달랐는데, 내가 기억하는 건 아마 이랬다.
4층, 2층, 6층, 10층.
그 순서대로 누른 다음 마지막으로 5층을 누르면 여자가 탄다.
그리고 절대 말을 걸면 안 되고, 쳐다봐도 안 되고, 그대로 1층 버튼을 누르면 엘리베이터가 다른 세계로 내려간다고 했다.
누가 진짜 해봤다더라, 어느 동 아는 형이 성공했다더라 하는 얘기도 있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하면 다 초등학생들 특유의 과장이었던 것 같다.
근데 이상하게도 그때는 다들 조금은 믿고 있었다.
그날은 학교 끝나고 집에 가던 오후였다.
해가 완전히 지진 않았는데 아파트 복도는 괜히 조용했고, 엘리베이터 안에는 우리 셋밖에 없었다.
누가 먼저 하자고 했는지는 기억 안 난다.
그냥 장난처럼 시작했던 것 같다.
엘리베이터 안 형광등은 약하게 웅웅거렸고, 오래된 아파트 특유의 먼지 냄새 같은 게 났다.
친구 한 명이 괜히 웃으면서 말했다.
“야, 진짜 되면 어떡하냐.”
다른 애는 “뭘 어떡해” 하면서도 계속 닫힘 버튼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우리는 순서대로 버튼을 눌렀다.
4층.
2층.
6층.
10층.
엘리베이터는 평소랑 똑같이 움직였다.
근데 10층에서 문이 열렸을 때였나.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는데, 갑자기 안 공기가 묘하게 차가워진 느낌이 들었다.
에어컨 바람 같은 게 아니라, 여름인데도 순간 팔에 소름이 올라오는 그런 느낌.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아무도 장난을 안 치기 시작한 게.
괜히 목소리 크게 내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가 있었다.
우리는 마지막으로 5층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는 천천히 내려갔다.
덜컹.
하고 잠깐 흔들렸던 것도 기억난다.
그리고 5층에 도착했을 때,
문이 ‘딩’ 소리를 내면서 열렸다.
복도는 비어 있었다.
우리는 그제야 긴장이 풀려서 피식 웃었다.
“거봐. 그냥 괴담이라니까.”
누가 그렇게 말했던 것 같다.
그리고 바로 1층 버튼을 눌렀다.
문이 닫히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복도 쪽에서 하이힐 소리가 들렸다.
또각.
또각.
아주 멀리서 들리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뛰어오는 것도 아닌 애매한 속도였다.
우리는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
친구 하나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야… 아까 아무도 없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