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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호러

독서실 손선풍기 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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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막히는 방, 그 애가 내미는 바람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 한국의 교육 열기가 만들어낸 기괴한 공간이 있었다. 사방이 나무 벽으로 막힌 1인용 독서실 책상, 일명 '독서실 통통이'나 새벽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 대치동·목동의 학원가 골목들이다.

괴담은 주로 수능을 앞둔 고3 수험생이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고시생들의 목격담에서 시작됐다.

새벽 2시가 넘어간 시간, 사방이 고요한 독서실에서 홀로 스탠드 불빛에 의지해 책을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평소보다 목이 턱턱 막히고 가슴이 답답해지는 순간이 온다. 단순한 피로감이라 생각하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옆자리 칸막이 너머로 스르륵 무언가 밀려온다.

작은 미니 손선풍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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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선풍기는 전원이 켜진 채 탈탈탈 소리를 내며 이쪽을 향해 차가운 바람을 불어넣는다.

밀폐된 독서실 안에서 그 바람을 쐬고 있으면, 이상하게 정신이 몽롱해지며 졸음이 쏟아진다. 눈이 감기기 직전, 멍해진 시야 사이로 칸막이 위를 슬그머니 넘어다보는 '누군가의 정수리'와 마주치게 된다.

"시원하지? 그거 마시고 조금만 자..."

잠들면 끝이었다. 다음 날 아침, 그 자리의 학생은 깨어나지 못하거나, 심각한 두통과 함께 그동안 외웠던 모든 기억을 잃어버린 채 발견된다는 소문이었다.

'선풍기 괴담'과 '학업 경쟁'이 낳은 돌연변이

이 괴담의 흥미로운 점은 과거 대한민국을 지배했던 '선풍기를 틀고 자면 죽는다'는 전통적인 도시전설에, '옆 사람을 밟고 일어서야 하는 입시 경쟁'이라는 한국적 현실이 교묘하게 뒤섞였다는 것이다.

초기 인터넷 커뮤니티(인스티즈, 쭉빵카페 등)에 올라온 변형된 루머에 따르면, 옆자리에 앉은 경쟁자가 다른 학생을 탈락시키기 위해 선풍기 앞에 특수한 환각제나 마취제를 발라 바람을 보낸다는 일종의 '싸이코패스 수험생 범죄설'로 소비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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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당시 스트레스로 인해 독서실에서 과호흡 증후군이나 수면마비(가위눌림)를 겪은 학생들이 이 괴담을 '실제 경험담'으로 수없이 재생산해 냈다. 1등을 하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압박감이 좁디좁은 독서실 칸막이 안에서 '나를 해치려는 보이지 않는 경쟁자(혹은 귀신)'의 형상으로 발현된 셈이다.

K-호러의 본질: 숨 막히는 밀집과 경쟁

이 괴담이 유독 한국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먹혔던 이유는 주거 환경 못지않게 폐쇄적인 '한국의 교육 공간' 때문이다.

학교 교실, 학원 강의실, 독서실, 고시원 등 한국의 젊은 세대가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곳은 늘 타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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