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음악실에서 마지막 마디만 끝내지 못하는 피아노 소리
우리 학교 음악실은 구관 2층 끝에 있다.
미술실 옆 복도를 한 번 더 돌아야 나오고, 문 위쪽 유리창으로는 안쪽 피아노가 반쯤 보인다. 낮에는 그냥 음악실이다. 수행평가 때문에 애들이 줄 서 있고, 누가 리코더를 틀리면 웃고, 피아노 의자에 가방을 올렸다가 선생님한테 혼나는 그런 곳.
그런데 방과 후에는 조금 다르다.
구관 2층은 해가 지면 복도 색부터 어두워진다. 음악실 불이 꺼져 있으면, 유리창 너머 피아노도 그냥 검은 덩어리처럼 보인다. 선배들은 그 문 앞을 지날 때 장난처럼 말했다고 한다.
“안에서 치고 있으면 그냥 지나가.”
처음엔 뭔 소리인가 했다.
음악실 피아노 괴담은 오래된 학교 괴담 소재다. 『학교괴담』에도 구교사 음악실에서 아무도 없는 피아노가 「엘리제를 위하여」를 연주하는 에피소드가 있다. 하지만 우리 학교에서 도는 이야기는 저주받은 곡보다 “끝내지 못한 연습”에 가깝다.
이 소문을 제대로 본 건 음악실 문 옆의 낡은 시간표 때문이었다.
올해 시간표 밑에 예전 종이가 하나 끼어 있었고, 누렇게 바랜 종이에 손글씨가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방과 후 합창 연습.
기말 수행평가 보충.
피아노 사용 금지.
마지막 줄 아래에는 연필로 더 작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마지막 마디에서 멈추면 안 됨.”
그날 문예부 노트에 그대로 옮겨 적었다.
“구관 2층 음악실. 피아노 사용 금지. 마지막 마디에서 멈추면 안 됨.”
며칠 뒤 3학년 선배에게 물어봤다.
“음악실 피아노 얘기 알아요?”
선배는 바로 웃었다.
“아, 끝까지 못 친 애 얘기?”
예전 우리 학교에 음악 수행평가를 유난히 무서워하던 학생이 있었다고 한다. 노래보다 피아노 반주가 문제였고, 매일 방과 후 음악실에 남아 연습했다고 했다. 처음부터는 어떻게든 치는데, 마지막 마디만 오면 손이 엉키고 박자가 밀렸다고 한다.
친구들은 장난처럼 말했다고 한다.
“야, 마지막만 넘기면 되잖아.”
그 말이 더 싫었을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그 학생이 혼자 음악실에 남았다. 그다음부터 밤마다 같은 부분만 들렸다고 한다.
딩.
딩딩.
딩.
그리고 마지막 마디 직전에서 멈춤.
여기서부터는 선배마다 말이 조금씩 다르다. 전학을 갔다는 버전도 있고, 졸업할 때까지 음악실 근처를 안 갔다는 버전도 있다. 더 오래된 말로는 마지막 수행평가 날 무슨 일이 있었다고도 한다.
그래도 거의 모든 버전에서 피아노 소리는 끝까지 가지 못한다.
이 이야기는 귀신보다 소리가 먼저 남는다.
누군가 아직도 평가를 끝내지 못한 것 같은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