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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괴담

체육관 창고 맨 끝 의자에 앉은 애는 인원수에 넣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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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 체육관 창고는 운동장 끝에 있다.

체육관 옆문으로 들어가서, 무대 뒤쪽 좁은 통로를 지나면 나오는 곳이다. 낮에는 그냥 창고다. 농구공, 배구공, 접이식 의자, 낡은 매트, 체육대회 때 쓰던 깃발 같은 게 쌓여 있다. 공 냄새랑 먼지 냄새가 섞여 있고, 문을 열면 안쪽 공기가 조금 눅눅하다.

체육 시간에는 별로 무섭지 않다.

누가 축구공 바람 빠졌다고 투덜대고, 누가 농구공 먼저 가져가겠다고 손을 뻗고, 체육복 바지 밑단을 접어 올린 애들이 창고 앞에서 줄을 선다. 매트 위에 앉았다가 선생님한테 혼나는 애도 꼭 있다.

그런데 방과 후에는 조금 다르다.

체육관 불이 꺼지고, 운동장 쪽에서 공 차는 소리도 없어지면 창고 안쪽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문 옆 스위치를 켜도 빛이 끝까지 닿지 않는다. 공 바구니 뒤, 매트 사이, 접이식 의자 더미 아래쪽은 낮에도 어둡다.

그 이야기는 보통 창고 안쪽에서 시작된다.

문예부 노트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체육관 창고. 운동회 의자. 체육복 입은 애.”

그 아래에는 더 작게 한 줄이 있었다.

“인원수에 넣지 말 것.”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몰랐다.

운동회 때 의자를 세거나, 반별 대기 인원을 확인하던 메모인가 했다. 그런데 다음 장에 연필로 그린 그림이 있었다. 접이식 의자가 줄줄이 놓여 있고, 맨 끝에 사람 하나가 앉아 있었다.

얼굴은 안 그려져 있었다.

그림 옆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모르는 애였음.”

나는 그 문장을 한참 봤다.

사연이 긴 귀신보다 이런 말이 더 싫다. 누가 죽었다거나, 무슨 일이 있었다거나, 그런 설명이 붙으면 오히려 괴담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냥 모르는 애였다고 끝나면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겠다.

3학년 선배에게 물어봤다.

“체육관 창고에 체육복 입은 애 얘기 알아요?”

선배는 바로 말했다.

“아, 의자 세던 거?”

또 바로 알아들었다.

선배 말로는 예전 체육대회 전날, 방송부랑 학생회가 체육관 창고에서 접이식 의자를 꺼냈다고 한다. 반별로 운동장에 놓을 의자를 세고 있었고, 늦게까지 남은 애들이 몇 명 있었다고 했다.

그때 누가 창고 안쪽에서 사람을 봤다고 한다.

체육복을 입은 학생 하나가 접이식 의자에 앉아 있었다고 했다. 고개를 조금 숙이고 있었고, 손은 무릎 위에 올려져 있었다. 처음엔 누가 장난치는 줄 알고 “야, 너 몇 반이야?” 하고 물었다고 한다.

대답은 없었다.

그래서 학생회 선배가 다시 물었다고 했다.

“몇 명인지 세야 하니까, 나와.”

괴담에서 제일 오래 남는 말이 “나와”라는 것도 좀 이상한데, 선배들은 그 대목을 꼭 말해줬다.

인원수를 세야 하니까 나오라는 말.

학교에서는 사람도 숫자로 확인할 때가 많다. 출석, 조 편성, 대기 인원, 체육대회 자리 배치. 한 명, 두 명, 세 명. 숫자가 맞아야 다음으로 넘어간다.

그런데 그 학생은 끝까지 움직이지 않았다고 한다.

누군가 선생님을 부르러 나갔다가 돌아왔을 때, 그 의자에는 아무도 없었다. 대신 접이식 의자 하나가 펼쳐진 채로 남아 있었다고 했다.

그 뒤로 체육관 창고에서 의자를 꺼낼 때는, 맨 끝 의자는 세지 말라는 말이 생겼다고 한다.

인원수에 넣지 말 것.

문예부 노트에 있던 말이 그거였다.

이 이야기에서 그 애는 뭘 하지 않는다.

쫓아오지도 않고, 이름을 부르지도 않고, 창고 문을 두드리지도 않는다. 그냥 앉아 있다가, 누가 세려고 하면 사라진다.

근데 그게 좀 찝찝하다.

없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보다, 있는 사람을 인원수에 넣을 뻔했다는 쪽이 더 싫다.

나도 한 번 그 창고 앞에 간 적이 있다.

체육대회 준비 기간이었다. 문예부는 행사 안내문 문구를 맡았고, 나는 프린트 몇 장을 체육관 쪽에 가져다주러 갔다.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나면 앞머리가 꼭 조금 눌린다. 그날도 휴대폰 꺼진 화면에 대충 비친 얼굴을 보고 손으로만 정리했다.

체육관은 거의 비어 있었다.

창고 문은 반쯤 열려 있었다. 안쪽에는 접이식 의자들이 쌓여 있었고, 매트가 벽에 기대어 있었다. 나는 프린트만 전달하고 나가려고 했다.

그때 창고 안쪽에서 철컥, 하고 작은 소리가 났다.

의자 다리가 접히는 소리 같았다.

나는 멈췄다.

안쪽을 봤는데, 사람은 없었다. 그냥 접이식 의자 하나가 조금 비스듬히 펼쳐져 있었다. 누가 쓰다 넣은 것 같기도 하고, 원래 그렇게 있었던 것 같기도 했다.

나는 들어가서 접지 않았다.

괜히 그러고 싶지 않았다.

다음 날 체육 담당 선생님이 창고 정리를 시켰을 때, 우리 반 애들 몇 명이 의자를 꺼냈다. 누가 장난으로 말했다.

“야, 끝 의자는 세지 말라며?”

다들 웃었다.

그런데 진짜로 맨 끝 의자는 그냥 옆에 빼뒀다.

웃으면서도 아무도 그 의자에 앉지는 않았다.

요즘 우리 반 애들은 이 괴담을 진지하게 믿지는 않는다. 체육관 창고 안쪽에 모르는 애가 앉아 있었다는 말은 너무 오래된 소문처럼 들린다. 그래도 방과 후에 창고 문이 조금 열려 있으면, 지나가던 애들이 한 번쯤 안쪽을 본다.

그리고 보통은 바로 지나간다.

확인하려고 멈추는 애는 별로 없다.

하린의 야자노트 메모

문예부 노트에는 이렇게 적어두었다.

“체육관 창고. 접이식 의자. 맨 끝은 세지 말 것.”

나는 이 이야기를 처음 읽었을 때, 귀신보다 숫자가 먼저 생각났다. 한 명, 두 명, 세 명. 운동회 때 사람을 세는 건 별일 아닌데, 거기에 들어가면 안 되는 애가 하나 섞여 있었다는 게 좀 싫었다.

이상한 건 아직도 체육관 창고 앞을 지나가면 안쪽 의자를 보게 된다는 점이다.

접혀 있는지.
펼쳐져 있는지.
누가 앉아 있는지.

물론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근데 방과 후 체육관 창고는 이상하게 비어 있는 것보다, 누가 잠깐 앉았다 간 것처럼 보일 때가 더 싫다.

이상하게도 나는 그 의자보다, 그 옆에 비어 있던 자리 하나가 더 신경 쓰였다.

문예부 노트 마지막 줄에는 이런 말도 있었다.

“의자가 하나 남으면, 사람도 하나 남은 거다.”

그건 아직 선배에게 물어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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