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고리 거래로 판 스피커가 다음날 다시 문 앞에 있었다
처음엔 그냥 중고거래 진상 얘기인 줄 알았음.
문고리 거래 알지. 물건 문 앞에 두고, 상대가 가져가면 끝나는 거. 얼굴 안 봐도 되고 시간 안 맞춰도 돼서 편하긴 하다.
이 얘기 보낸 사람은 원룸촌에 살던 사람이었다. 작은 블루투스 스피커를 중고거래 앱에 올렸고, 구매자는 처음엔 직접 가지러 오겠다고 했다가 약속 시간 다 돼서 문고리 거래로 해도 되냐고 했대. 입금 먼저 하겠다고.
그래서 스피커를 상자에 넣고 문 앞에 뒀다. 사진도 찍어 보냈고, 상대는 “확인했어요”라고 답했다.
그날 밤 상자는 없어졌다.
거래 끝난 거잖아.
근데 다음날 아침 문을 열었는데, 그 상자가 다시 있었다고 한다.
처음엔 다른 택배인 줄 알았대. 근데 자기가 감은 테이프 자국이랑 상자 위에 표시해둔 점이 그대로였다고 함.
전날 팔았고, 상대가 가져갔고, 입금까지 끝난 그 상자였다.
여기서부터 말이 안 되잖아.
반품할 거면 말을 해야지.
환불해달라든가, 고장났다든가, 마음에 안 든다든가.
근데 채팅방은 없어져 있었다고 한다. 상대가 나간 건지 차단한 건지 모르겠고, 입금된 돈은 그대로였대.
환불 요구 없음.
불량 항의 없음.
욕도 없음.
그냥 물건만 다시 문 앞에 있었다.
이건 진상이 아니라 좀 다른 쪽이다. 최소한 그 사람이 다시 그 집 앞까지 왔다는 뜻이니까.
그 사람은 바로 상자를 못 들였다고 한다. 자기 물건이긴 한데, 누가 가져갔다가 말없이 다시 두고 간 물건이잖아. 그냥 문 앞에 두고 출근했대.
퇴근하고 와도 상자는 그대로 있었다. 결국 들여서 열어봤는데, 스피커는 멀쩡했다. 충전 케이블도 있고, 설명서도 있고, 고장난 것도 아니었다고 함.
더 이상하지 않나.
고장도 아닌데 왜 다시 가져다 놔.
연락도 안 되는데.
스피커를 켜보니까 작동은 됐대. 근데 휴대폰 블루투스 목록에 뜬 이름이 바뀌어 있었다고 한다.
TEST
여기서 바로 전원 껐다고 함.
나라도 안 켠다. 누가 만졌는지 모르는 블루투스 기기를 굳이 내 방에서 계속 켜볼 이유가 없음.
그 사람도 그때부터 별생각 다 들었다고 한다. 누가 연결해봤나, 왜 TEST지, 안에 뭐 넣은 건 아니겠지, 이거 마이크 기능 있던 제품인가.
너무 간 생각일 수도 있다.
근데 한 번 그런 생각 들면 못 쓴다.
그 사람은 충전선 뽑고, 스피커를 비닐봉지에 넣어서 현관 밖에 뒀다고 한다. 그리고 검색했대.
“블루투스 스피커 도청 가능”
“중고 스피커 해킹”
“블루투스 기기 마이크 확인”
검색 결과가 도움이 됐는지는 모르겠고, 그냥 더 기분만 나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