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의 하나코상 - 세 번째 칸에서 대답한 젖은 손의 주인

그때 나는 일본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전학 온 지 얼마 안 돼서, 반 애들이 하는 장난을 잘 몰랐다.
점심시간이 끝나기 직전이었다.
애들 몇 명이 나한테 3층 여자 화장실에 가보자고 했다.
나는 왜 하필 거기냐고 물었다.
한 애가 웃으면서 말했다.
“세 번째 칸에 하나코상이 있어.”
처음엔 그냥 애들 장난인 줄 알았다.
근데 같이 올라가는 애들 표정이 이상했다.
놀리려고 하는 애들치고 너무 조용했다.
3층 복도는 창문이 열려 있었는데도 공기가 답답했다.
화장실 앞에 서니까 락스 냄새가 확 났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애들이 내 등을 밀었다.
“세 번 두드려.”
나는 세 번째 칸 앞에 섰다.
문 아래쪽은 어두웠다.
안에 사람이 있으면 신발이 보여야 하는데, 아무것도 안 보였다.
나는 손등으로 문을 두드렸다.
똑.
똑.
똑.
그리고 애들이 시킨 대로 말했다.
“하나코상, 거기 있어?”
처음엔 아무 소리도 안 났다.
뒤에서 누가 작게 웃었다.
나는 괜히 창피해서 문고리를 잡았다.
그때 안에서 대답이 들렸다.
“있어.”
여자아이 목소리였다.
뒤에 있던 애들이 동시에 조용해졌다.
장난치던 애들 중 하나가 내 팔을 잡고 뒤로 당겼다.
근데 그 순간, 칸 안쪽에서 문고리가 천천히 돌아갔다.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그런데 안에서 누가 열고 있었다.
나는 움직이지 못했다.
문틈이 손가락 하나 들어갈 만큼 벌어졌다.
안쪽은 불이 꺼진 것처럼 새까맸다.
화장실 천장 형광등은 멀쩡히 켜져 있는데, 그 칸 안만 어두웠다.
그리고 문틈 사이로 손이 나왔다.
작은 손이었다.
초등학생 손처럼 보였다.
근데 손등이 젖어 있었고, 손톱 밑이 까맸다.
그 손이 문 가장자리를 잡았다.
안에서 다시 목소리가 났다.
“왜 불렀어?”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때 뒤에 있던 애 하나가 울면서 뛰쳐나갔다.
그 소리에 정신이 돌아왔다.
나도 그대로 도망쳤다.
계단을 내려가는데, 뒤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삐걱.
그 다음엔 발소리가 없었다.
그래서 더 무서웠다.
따라오면 발소리가 나야 하는데, 아무 소리도 없었다.
교실까지 뛰어와서 숨을 몰아쉬고 있는데, 같이 갔던 애 하나가 내 치마 뒤쪽을 보고 굳었다.
“너, 뭐 묻었어.”
뒤를 만져봤다.
손바닥만 한 물자국이 있었다.
누가 젖은 손으로 잡았다가 놓은 것처럼.
근데 나는 분명 아무한테도 잡힌 적이 없었다.
그날 청소 시간에 선생님이 3층 화장실을 확인하러 갔다.
세 번째 칸은 비어 있었다고 했다.
다만 이상한 게 하나 있었다.
그 칸 안쪽 문에 손자국이 남아 있었다.
아이 손 크기였다.
문 안쪽에서 바깥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