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디 메리 - 거울 속에서 ‘나를 내보내줘’라 적어 내려온 손자국

그날은 친구 집에서 자는 날이었다.
부모님은 아래층 거실에 있었고, 우리는 2층 방에 모여 있었다.
과자 봉지랑 탄산음료를 침대 위에 올려놓고, 무서운 얘기를 하나씩 했다.
처음엔 다 웃었다.
누가 학교에서 들은 이야기, 누가 사촌한테 들은 이야기, 인터넷에서 본 영상 얘기.
그런 것들.
그러다 한 친구가 말했다.
“블러디 메리 해볼래?”
나는 안 한다고 했다.
근데 안 한다고 하면 더 하게 되는 분위기가 있다.
겁쟁이냐고 하고.
한 번만 해보자고 하고.
불 끄고 이름 세 번만 부르면 된다고 했다.
결국 욕실로 갔다.
작은 욕실이었다.
세면대 위에 거울이 있고, 옆에는 샤워 커튼이 반쯤 닫혀 있었다.
친구가 촛불 하나를 세면대에 올렸다.
전등을 껐다.
그 순간 거울에 비친 얼굴들이 다 이상해 보였다.
촛불 하나 때문에 눈 밑이 꺼져 보이고, 입꼬리가 내려가 보였다.
우리는 거울 앞에 섰다.
제일 먼저 친구가 말했다.
“Bloody Mary.”
다 같이 따라 했다.
“Bloody Mary.”
두 번째까지는 아무 일도 없었다.
그냥 우리 목소리가 욕실 벽에 작게 울렸다.
세 번째를 말할 때, 나는 목이 잠겼다.
“Bloody Mary.”
촛불이 꺼질 뻔했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친구 하나가 웃으려고 했다.
근데 웃음소리가 중간에 끊겼다.
거울 안에 사람이 하나 더 있었다.
우리 뒤쪽, 샤워 커튼 앞.
흰 얼굴이었다.
머리카락은 젖은 것처럼 얼굴 옆에 붙어 있었다.
눈은 검게 파인 것처럼 보였고, 입가에는 진한 얼룩이 있었다.
나는 뒤를 돌아봤다.
아무도 없었다.
다시 거울을 봤다.
그 여자는 아직 있었다.
이번엔 조금 가까워져 있었다.
거울 속에서는 우리 바로 뒤에 서 있었다.
근데 실제 욕실 안에는 없었다.
친구가 울기 시작했다.
누가 문을 열려고 했는데, 손잡이가 움직이지 않았다.
잠근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거울 속 여자가 고개를 기울였다.
그때 거울 표면에 하얀 김이 서리기 시작했다.
욕실에 뜨거운 물을 튼 적도 없는데, 거울이 안쪽에서 흐려지는 것처럼 뿌옇게 변했다.
그리고 글자가 생겼다.
손가락으로 안쪽에서 쓴 것처럼.
LET ME OUT
친구가 비명을 질렀다.
촛불이 꺼졌다.
욕실 안이 완전히 어두워졌고, 그 순간 거울 쪽에서 손톱 긁는 소리가 났다.
끼익.
끼익.
유리 안쪽을 긁는 소리였다.
나는 문손잡이를 미친 듯이 돌렸다.
한 친구가 울면서 엄마를 불렀다.
문이 갑자기 열렸다.
우리는 밖으로 넘어지듯 빠져나왔다.
친구 엄마가 올라와서 불을 켰다.
욕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샤워 커튼도 그대로였다.
거울도 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