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루마상 - 욕조에서 미끄러져 죽은 여자

처음엔 그냥 장난으로 봤다.
새벽에 욕조에 들어가 머리를 감으면서 눈을 감고,
“다루마상이 넘어졌다”를 계속 말하면 된다고 했다.
그러면 욕조에서 미끄러져 죽은 여자가 떠오른다고 했다.
정확히는 여자가 넘어지면서 수도꼭지나 욕조 모서리에 눈을 찔렸고, 그 장면이 머릿속에 보인다고 했다.
그걸 본 순간부터 게임이 시작된다.
나는 그날 혼자였다.
부모님은 지방에 내려갔고, 집에는 나밖에 없었다.
그때는 별로 무섭지도 않았다.
인터넷에 있는 괴담 의식 같은 건 대부분 꾸며낸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밤 12시를 넘기고 욕실에 들어갔다.
불은 켜둔 상태였다.
욕조에 물을 받았고, 샤워기로 머리를 적셨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다루마상이 넘어졌다.”
처음엔 웃음이 나왔다.
“다루마상이 넘어졌다.”
말이 이상해서 더 그랬다.
어릴 때 하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같은 말인데, 욕실에서 혼자 중얼거리니까 내가 바보 같았다.
그래도 계속했다.
“다루마상이 넘어졌다.”
샴푸 거품이 눈가로 흘렀다.
나는 눈을 감은 채로 머리를 문질렀다.
그때 머릿속에 장면이 하나 들어왔다.
내가 상상한 게 아니었다.
여자가 욕조에 앉아 있었다.
검은 머리가 젖어서 얼굴을 다 가리고 있었다.
일어나려고 손을 짚는 순간, 발이 미끄러졌다.
몸이 앞으로 꺾였다.
쿵.
얼굴이 수도꼭지에 박혔다.
한쪽 눈이 터졌다.
그 장면이 너무 선명해서, 나는 바로 눈을 뜨려고 했다.
근데 그때 뒤에서 소리가 났다.
첨벙.
내 욕조 안이었다.
나는 혼자였는데, 물이 크게 흔들렸다.
등 뒤에 누가 들어온 것처럼.
눈을 뜨면 안 된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이상하게 그 규칙은 기억났다.
나는 샴푸를 대충 씻어내고 욕조에서 나왔다.
수건도 제대로 못 잡고 욕실 문을 열었다.
그때 등 뒤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왜 봤어?”
나는 돌아보지 않았다.
그날 밤은 아무 일 없이 끝난 줄 알았다.
문제는 다음 날이었다.
아침에 학교에 가는데, 계속 누가 뒤에서 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복도 유리창에 비친 내 뒤쪽에 검은 머리 같은 게 보였다.
돌아보면 없었다.
점심시간에 계단을 내려가는데, 누가 내 발목을 잡는 느낌이 났다.
나는 그대로 넘어질 뻔했다.
친구가 잡아줘서 안 굴렀다.
친구가 말했다.
“너 왜 그래? 누가 민 것처럼 넘어지던데.”
나는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때부터 하루 종일 그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다루마상이 넘어졌다.
하교할 때 횡단보도 앞에 섰다.
차가 지나가고 있었다.
신호는 빨간불이었다.
그런데 뒤에서 누가 내 귀 가까이에 대고 말했다.
“다루마상이 넘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