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치하이커 - 비 내리는 밤, 사라진 자리 위에 남은 ‘HOME’의 흔적

그날은 비가 많이 왔다.
와이퍼를 제일 빠르게 해도 앞이 제대로 안 보였다.
나는 야간 근무를 끝내고 집으로 가는 중이었다.
도로는 거의 비어 있었다.
라디오에서는 오래된 팝송이 작게 나오고 있었고, 휴대폰 배터리는 10퍼센트도 안 남아 있었다.
마을 외곽 도로를 지나는데, 갓길에 사람이 서 있었다.
여자였다.
흰 원피스 위에 얇은 가디건 하나만 걸치고 있었다.
우산도 없었다.
머리카락은 비에 젖어서 얼굴에 붙어 있었고, 두 팔로 몸을 감싸고 있었다.
그냥 지나치려다가 브레이크를 밟았다.
비 오는 밤에 혼자 서 있는 여자를 무시하고 가는 것도 찝찝했다.
창문을 조금 내렸다.
“괜찮으세요?”
여자는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얼굴이 창백했다.
근데 다친 것 같지는 않았다.
“집까지 태워주실 수 있나요?”
목소리는 작았다.
너무 작아서 빗소리 사이로 겨우 들렸다.
나는 뒷문을 열어줬다.
여자는 뒷좌석에 앉았다.
차 안으로 찬 공기가 확 들어왔다.
젖은 옷 냄새가 났다.
나는 히터를 틀었다.
“주소가 어디예요?”
여자가 동네 이름과 집 번호를 말했다.
멀지 않은 곳이었다.
차로 10분 정도.
출발하고 나서 룸미러를 봤다.
여자는 뒷좌석 오른쪽에 앉아 있었다.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창밖만 보고 있었다.
나는 일부러 말을 걸었다.
“이 시간에 여기서 뭐 하고 계셨어요?”
여자는 한참 대답이 없었다.
그러다 말했다.
“집에 가려고요.”
“누가 데리러 오기로 했어요?”
“왔었어요.”
그 대답이 이상했다.
나는 다시 룸미러를 봤다.
여자는 여전히 창밖을 보고 있었다.
그때부터 차 안이 이상하게 추워졌다.
히터를 올렸는데도 손끝이 시렸다.
뒷좌석 유리에 김이 서렸다.
여자 쪽 창문에만.
여자는 손가락으로 그 김 위에 뭔가를 썼다.
처음엔 그냥 낙서인 줄 알았다.
근데 글자가 보였다.
MOM
나는 못 본 척했다.
집 앞에 도착했을 때, 여자가 말했다.
“여기예요.”
낡은 단층집이었다.
현관등은 꺼져 있었고, 창문도 어두웠다.
나는 차를 세웠다.
“도착했어요.”
대답이 없었다.
뒤를 돌아봤다.
뒷좌석에는 아무도 없었다.
문이 열린 적도 없었다.
차는 계속 잠겨 있었다.
그런데 오른쪽 뒷좌석 시트가 젖어 있었다.
사람 하나가 앉아 있던 모양 그대로.
나는 바로 차에서 내렸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이해가 안 돼서, 그 집 현관문을 두드렸다.
한참 뒤에 중년 여자가 문을 열었다.
잠옷 차림이었다.
얼굴에는 짜증보다 피곤함이 먼저 보였다.
“누구세요?”
나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방금 어떤 여자분을 여기까지 태워다 드렸는데요. 흰 원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