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건너뛰기

도시 괴담

장산범 - 숲속에서 내 목소리로 나를 부르며 기어오던 ‘흰 털의 무언가’

6 0 추천 영역으로 이동 0 댓글로 이동
이 게시글에는 AI 생성 이미지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954863e1-4bad-499e-8457-0dd5a275b962.png

그날은 아버지랑 장산에 갔다.

등산이라고 해도 거창한 건 아니었다.
주말 아침에 물 하나씩 들고 올라가서, 중간쯤 쉬다가 내려오는 정도였다.

문제는 내려올 때였다.

아버지가 잠깐 길 옆으로 들어갔다.
화장실이 급하다고 했다.
나는 등산로 옆 벤치에 앉아서 기다렸다.

사람들이 계속 지나갔다.
중년 부부, 강아지 데리고 온 아저씨, 운동복 입은 할머니들.
그래서 별로 무섭지 않았다.

근데 어느 순간 사람이 끊겼다.

산길이 조용해졌다.

새소리도 안 났다.

처음엔 그냥 내가 예민해진 줄 알았다.
휴대폰을 보려고 했는데, 신호가 이상하게 약했다.

그때 숲 안쪽에서 엄마 목소리가 들렸다.

“선우야.”

나는 바로 고개를 들었다.

엄마는 그날 집에 있었다.
같이 온 사람은 아버지뿐이었다.

그런데 목소리는 분명 엄마였다.
평소에 나 부를 때처럼, 끝을 살짝 올리는 그 말투까지 똑같았다.

“선우야, 이쪽으로 와.”

나는 대답할 뻔했다.

진짜로.

입이 먼저 열렸다.

근데 바로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여기 있을 리가 없는데, 왜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려고 했지?

나는 벤치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숲 안쪽에서 다시 목소리가 났다.

“왜 대답 안 해?”

이번엔 엄마 목소리였는데, 조금 이상했다.
너무 비슷해서 이상했다.
사람이 말하는 게 아니라 녹음된 걸 틀어놓은 것처럼, 감정이 한 박자 늦었다.

나는 아버지를 불렀다.

“아빠?”

대답이 없었다.

숲 안쪽에서 이번엔 아버지 목소리가 났다.

“여기야. 빨리 와.”

나는 그 순간 등 뒤가 싸해졌다.

아버지가 숲 안쪽에서 부르는 건 맞을 수도 있었다.
근데 방금 전까지 엄마 목소리가 나던 방향과 똑같았다.

그리고 아버지는 나를 이름으로 거의 안 부른다.
보통 “야” 아니면 “가자”라고 한다.

나는 등산로 쪽으로 천천히 뒷걸음질쳤다.

그때 나무 사이에서 뭔가 하얀 게 움직였다.

처음엔 비닐봉지인 줄 알았다.
바람에 걸린 흰 천 같은 거.

근데 그게 아래로 내려왔다.

사람처럼 걷는 게 아니었다.
몸을 낮게 깔고, 네 발로 기는 것처럼 움직였다.

털이 있었다.

흰 털.

햇빛이 닿지 않는 숲 안쪽이라 정확히 보이진 않았지만, 등 쪽이 길고 희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그게 멈췄다.

그리고 내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 여기야.”

나는 그 자리에서 굳었다.

내 목소리였다.
내가 조금 전에 아버지를 부른 목소리 그대로였다.

숲 안쪽에서 그 목소리가 한 번 더 났다.

“아빠.”

그리고 조금 뒤, 진짜 아버지 목소리가 들렸다.

“왜?”

아버지가 숲 반대쪽에서 나오고 있었다.
그는 내 쪽을 보지 않고, 하얀 게 있던

멤버 전용 구간

이어서 읽으려면 로그인해 주세요

오늘의 비로그인 열람 한도(5회)를 모두 사용했습니다. 로그인 또는 회원가입 후 전체 글을 이어서 읽을 수 있습니다.

0 추천

프로필 이미지 크게 보기

프로필 확대보기
이 게시판은 댓글 기능이 제한됩니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내용을 확인해 주세요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좋아요/북마크/신고 기능은 로그인한 사용자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로그인 페이지로 이동하시겠어요?

신고 사유 작성

분류와 내용을 입력해 주세요. (최대 500자)

분류

댓글 삭제 확인

선택한 댓글을 삭제할까요?

삭제한 댓글과 하위 답글은 복구할 수 없습니다.

댓글 비밀번호

비회원 댓글은 삭제 시 이 비밀번호가 필요합니다. 4자 이상으로 입력해 주세요.

게시글 삭제 확인

이 글을 삭제할까요?

삭제한 글과 댓글은 복구할 수 없습니다.

비밀번호 확인

게시글 비밀번호를 입력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