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 아주머니 괴담
옆집 여자의 상복
어느 날 수도권의 한 유명 신축 대단지 아파트 입주민 단톡방과 지역 맘카페에 기묘한 목격담이 올라왔다.
젊은 부부들이 많이 사는 이 아파트 단지 놀이터나 엘리베이터에서, 최근 들어 기이한 차림새의 여성이 자주 목격된다는 내용이었다. 그 여자는 한여름인데도 온통 새까만 긴팔 상복(혹은 전통 상복)을 입고, 머리에는 하얀 상장(喪章) 핀을 꽂은 채 단지 안을 배회하고 있었다.
그녀가 노리는 타깃은 명확했다. 유모차를 끌고 가거나 아이를 동반한 젊은 엄마들이었다.

그 아주머니는 아이에게 접근해 이상할 정도로 과도한 호의를 베풀며 말을 걸었다.
"어머, 애가 너무 예쁘네. 눈이 엄마를 쏙 빼닮았어."
엄마들이 불쾌하거나 찝찝한 기분에 아이를 데리고 서둘러 자리를 피하려고 하면, 여자는 등 뒤에서 아주 낮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한 마디를 툭 던졌다.
"근데... 곡성(哭聲)은 언제쯤 나려나?"
그 여자가 다녀간 집은 며칠 뒤부터 비극이 시작됐다. 멀쩡하던 아이가 밤마다 원인 모를 고열에 시달리며 빈 허공을 보고 자지러지게 울어댔고, 집안에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사람이 곡을 하는 듯한 정체불명의 울음소리가 벽을 타고 울려 퍼졌다는 소문이었다.
커뮤니티의 '익명성'과 '육아 불안'이 만든 한국형 공포
이 괴담은 영화 《곡성》(2016)의 흥행 코드와 당시 한국 사회의 맘카페 문화, 그리고 신축 아파트 특유의 폐쇄성이 기묘하게 결합하여 탄생한 돌연변이 괴담이다.
신축 아파트는 겉보기엔 화려하고 이웃 간의 온라인 커뮤니티(입주민 카페 등)가 활성화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철저하게 보안문과 도어락으로 차단된 '익명의 섬'이다. 옆집에 누가 이사 왔는지, 그 사람이 어떤 사연을 가졌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실제로 이 괴담이 돌 당시, 자녀가 갑자기 아프거나 밤에 잠을 자지 못하는 초보 엄마들이 "우리 아파트에도 상복 입은 여자가 돌아다닌다", "어제 놀이터에서 비슷한 사람을 봤다"라며 불안감을 호소하는 글들이 맘카페에 릴레이로 올라왔다.
'내 아이를 최고로 안전한 환경에서 키우겠다'며 수억 원을 들여 들어온 프리미엄 아파트 단지가, 순식간에 '저주받은 이웃이 숨어든 밀실'로 변해버린 순간이었다.
K-호러의 본질: 무너지기 쉬운 안식처, 아파트
'곡성 아주머니' 괴담이 우리에게 주는 공포의 본질은, 한국인들이 가장 신뢰하고 집착하는 자산이자 안식처인 '아파트라는 공간의 가냘픔'에 있다.
사방에 CCTV가 설치되어 있고, 경비원이 상주